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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남동생 훈련병 수료식

ayumu_ 2018. 8. 29. 19:43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리 집 막둥이 훈련병 수료식 다녀왔다. 단체생활을 힘들어하고 세심한 성격에 입맛도 까다로운 우리 집 ‘상전’의 군입대는 막둥이 자신에게도, 우리 가족에게도 미루고만 싶은 근심 거리 중 하나였다.

전화를 할 수 없기에 여동생, 엄마, 나는 남동생에게 꾸준히 인터넷 편지를 보냈다. 여동생은 할 말 없으면 본인 업무 일지까지 보낼 정도로. 매일 매일, 머나먼 논산 29연대 막둥이에게 말을 걸었다. 남동생에게 이렇게 조언을 건네고, 진심으로 응원하는 경우가 처음인 것 같기도 해서.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인터넷 편지를 썼던 거 같다.

응답없는 인터넷 편지를 보내며, 근심 걱정을 그대로 드러내곤 했는 데 포상으로 걸려온 남동생의 전화를 받으며 잘 지내고 있다라는 실감에 가족 모두가 참 기뻐했다. 간간히 올라오는 단체사진을 보며 호들갑을 떨기도 하고.

그리고 어제 떨리는 마음으로 논산, 연무관으로 향했다. 어렸을 때 친구 아버지가 군인이어서 군대 아파트를 경험해본 적이 있는 데, 그때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에 놀랐다. 차분한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신식 건물도 보이고. 생각보다 잘해놨구나라는 생각에 안심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거의 모든 종교의 건물이 나란히 함께 있는 모습이었다. 교회 옆에 성당 성당옆에 원불교.. 저 건너편에는 커다란 불상이 보이는 불교. 나중에 무교인 남동생이 어떤 종교행사에 참여했는 지 물었는 데 성당은 초코파이와 아이스크림을 주고 불교는 초코파이와 콜라를 줘서 콜라 먹고 싶을 때는 불교, 아이스크림 먹고 싶을 때는 성당에 갔다고 해서 빵 터졌다.

조교 분들의 안내를 받으며 신속한 주차를 하고 연무관에 입성. 떨리는 마음으로 막둥이를 기다렸다. 행사는 단 10분. 본격적인 행사 시작 전 훈련병들의 “우와아악”하는 함성소리를 듣는 데, 드디어 보는 구나하는 마음에 울컥했다. 모두 정렬한 상태로 동서남북으로 참관한 가족들에게 인사를 할 때는 소름이 돋았다. 대규모 군중의 모습은 역시 무섭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

군인들이 워낙 많아서 남동생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는 데 엄마 아빠는 단숨에 찾더라. 새까맣게 타서 더 야윈 거 같은 얼굴. 그 얼굴로 열심히 군가를 부르는 남동생의 모습을 보니 너무 반가웠다. 드디어 남동생의 얼굴을 보러 내려 가는 데 모두 내 남동생 같은 앳된 얼굴들의 군인들이 태극기 배지(?)를 들고 가족을 기다리며 서있는 모습이 짠했다. 수고했다~북돋아 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여튼, 감격스럽게 남동생을 만나고 내 앞에 있는 게 신기해서 팔을 계속 주물 주물 만졌다. 그새 의젓해진 것 같은 말과 행동. 함께 한 동기들이 다 좋아서 괜찮았다라고 말하는 남동생이 기특했다. 물론~핸드폰을 받아들더니 복귀까지 게임만 집중하던 모습은 예전 그대로 였지만! 앞으로 자대 배치 받으면 더 힘들다던데, 남동생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우리 막둥이에게 몸은 고단해도 마음은 평안한 군생활이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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