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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페미니즘을 규정 지으려는 시도에 관해 어떻게 보시나요.

오세라비 저자의 책에서나, 주위 명예 남성이신 여성분들이 하는 말씀은 한 마디로 표현해서 ‘시어머니의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포장되었든 어떤 근거를 갖고 말하든 결국 ‘옛날(내가 젊었던 시절)에는 불평등한 것이 사실이었다, 페미니즘이 필요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여성들이 이렇게나 살기 좋은데 왜 불만이냐? 남자(내 아들)가 더 불쌍하니 남자에게 잘 해 줘라’, 하는 말이니까요. 누구의 주장이든, 기본적으로 불평등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출발하는 것은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페미니즘 책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어서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며 한때의 유행으로 치부하는 말도 있는데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티 페미니즘이 훨씬 돈이 됩니다. 양진호 회장의 성공 사례를 보십시오. 온갖 성범죄 관련, 여자 장사 자체가 얼마나 호황인데요.

책 구상하면서, 이 문장은 “꼭 넣고 말겠다”라고 한 대목이 있다면요?

‘평등해야 안전하다’입니다. 제 책 전체의 주제입니다. 이 말은 옆에 메모한 종이를 놓고 문맥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한, 계속 삽입했습니다.

여성혐오는 여성을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을 너무 좋아해서, 여성이 너무 필요해서 여성을 공짜로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각종 시스템, 사고방식, 차별, 문화가 여성혐오입니다. 여성혐오에 물든 남성들은 여성은 동등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한 대가, 사랑, 보답 없이 이용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성을 열등하거나 나쁜 존재로 만들어서 이용합니다. 반대로 '모성 예찬', '순결한 성녀 숭배'처럼 찬양해서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성들은 사랑 못 받을까봐, 나쁜 여자로 찍힐까봐 두려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참고 자발적으로 이용당하게 됩니다. 이때 인간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속성들은 전부 여자의 특성이 되어 여성 집단을 비난할 때 쓰이게 됩니다. 한편, 남성들만 여성혐오에 물든 방식으로 여성을 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여성이어도 나이 든 여성, 더 권력을 쥐고 있는 여성은 더 어리거나 권력이 없는 여성을 이런 방식으로 이용합니다. ( 『제가 왜 참아야 하죠?』   288~289쪽)

http://ch.yes24.com/Article/View/37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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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의 목적은 여성이 자유로워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모두가 자유로워 질 수 있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러나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읽는 것은 언제나 힘이든다. 내가 혐오의 대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 힘겹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주체이고 싶기 때문에, 이런 사회적 구조를 직면하면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무력감과 분노를 참고 공부하고, 바꾸고자 행동하는 사람 앞에서 늘 부채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