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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자고 싶은 데 잠은 안 오고, 써야 할 편지는 안 써지고. 미치고 환장하는 밤. 대환장에 이해도 잘 되지 않는 영화를 보았다. 이와이 슌지의 <립반윙클의 신부>

다만. 타인과 상황 속에서 주체가 되지 못 할 때, 자신의 현재를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 하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맡겨버릴 때에 상황이 얼마나 악화될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었다.

Sns에서 활동하는 프로 서비스맨으로 요청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주는 아무로. 하지만 사실은 현란한 연기로 주인공, 나나미의 삶을 망치고 때로는 구하는 아무로(아야노 고)가 소름끼쳤고 그를 만날 때 마다 주인을 만난 강아지 처럼 반기는 나나미가(쿠로키 하루)답답했다.

말기암에 걸린 마시로(립반윙클)가 아무로에게 함께 죽어줄 수 있는 친구를 요청하고, 아무로는 주인공을 속이고, 주인공은 또 속고. 운이 좋게도 함께 죽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어떤 위험에서 빠져나왔는 지도 모른 채 장례식장에서 서럽게 울고.

가상의 세계를 통해 만났고, 동기가 어찌되었던 간에 나나미가 마시로라는 소울 메이트를 만나 행복감을 느꼈던 순간만은 진실이니. 그래도 괜찮은 결말이다라고 생각하기에는 부족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보금 자리에서 언젠가 다시 아무로를 만나기를 기약하며, 잠시나마 안온한 집에서 하늘을 보는 주인공의 엔딩은 평화로워 보였지만. 괴기스러웠다.

다음엔 또 어떤 계략으로 이 아이의 인생이 더 망가질지 무서워진달까. 이와이 슌지는 이 영화로 어떤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