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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손들어 보지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무서운 시간」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자화상」


잃어 버렸읍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 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게 나아갑니다.

(...)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어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


윤동주 그는 저항시인이 아닌, 순수한 휴머니스트. 그의 죽음은 시대를 잘못 만난 양심적 지식인의 억울한 비명횡사로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깊은 애정과 폭넓은 이해로 인간을 긍정하면서도 실제로는 회의와 혐오로 자신을 부정한 어찌 보면 결벽증에 가까운 휴머니스트였다. 

 ̄「윤동주 연구」, 마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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