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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지는 꽤 됐는 데..어느새 이야기며 느낌도 가물가물해져서 급하게 남긴다. 확실히 그냥저냥 넘기고 싶은 책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숨이 조금 가빴다. 스릴러 물도 아닌데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으며 숨을 쉬이 쉬기가 힘들었다. 관계의 미세한 균열이 생겨나 어느새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와버리는 순간을 작가는 자세하게 파고든다.
돌이켜 보면 나는 책 속의 누군가(잘 생각이 안 나네...)처럼 언제나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상처주고 싶지 않았고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받는 것도 싫었다.누군가 내게 깊은 애정을 보여주면, 나의 마음은 그와 동등하지 않는 거 같아, 조바심이 났고 늘 두려웠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으니까. 나는 그닥 사랑받을 만한 사람도 아니니까 이 사람도 언젠가 내게 실망하고 돌아설거라는 공포가 늘 있었던 것같다.
그래서 나는 늘 솔직하기 보다 머뭇거리는 아이였고 멀리서 조용히 지켜보는 아이였다. 내가 어떤 말을 할 지, 혹시 누군가에게 상처와 실망을 주는 것은 아닌 지, 늘 말을 삼키면서 눈치만 보는 아이. 물론 지금은 '우리 누구 왜 이렇게 아줌마가(?)됐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크게 웃고 넉살도 부리고, 장난도 치지만. 20대 초반의 나는 참 그랬다. 무해한 사람이라니.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결심이 아닌가. 나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 환경..모두의 덕을 보고 살아왔는 걸. 또, 내가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 다는 것이 가능할까.
책을 읽는 내내, 어떠한 피드백을 받을 지 몰라 어리둥절한 채로, 세상이 두렵기만 했던 나의 대학시절이 자꾸 생각나서, 책 속 하민이 랄도에게 했던 것 처럼 "넌 네 삶을 살거야."같은 마지막 인사도 못 하고 멀어진 사람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헛헛해졌다. 마지막으로 내가 느낀 이 책에 대한 감정을 나보다 더 적확한 표현으로 남겨주신 강지희 문학평론가의 문장을 남겨둔다.
단 시간에 빠르게 솟구쳐 상대에게 범람하고 금세 소진되는 열정과 달리. 상대를 손쉽게 이해해버리지 않으려는 배려가 스며 있는 거리감은 가늘게 반짝이는 빛처럼 오래 유지된다. 이 빛나는 실선 앞에 어두운 구름이 자리하고 있따는 사실을 잊지 않은 채로. 누군가가 전하는 작은 온기 뒤에 자리한 단단한 슬픔을 읽어내고. 관계의 어떤 미세한 균열도 사소하게 바라보지 않는 작가의 힘은 이 세계를 쓸쓸하지만 투명하게 빛나는 곳으로 비춰낸다. 도처에서 쉽게 말해지는 희망과 구원에 냉소적으로 변했던 마음도 이 신실한 선함 앞에서는 다시 두 손을 기도하듯 모으며 단정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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