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왜 이 책을 읽었나?

일전에 심리기획자 이명수씨의 인터뷰에서 스치듯 정신과 의사 정혜신씨를 알게 된 적이 있다. 그는 그의 아내를 정신과 의사 보다도 '치유자'로 부르곤 했는 데. 아내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던 것을 보고. 어떤 분이신지. 참으로 궁금하다고 생각했다. 세바시에서의 강연과 요즘 나온 책 <당신이 옳다>의 출간소식을 접하고 그녀의 이전 책이라도 읽고 싶다는 마음에 빌려왔다. 

무엇을 느꼈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직접 저자와 상담하는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내가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은 역시, 치유, 마음공부, 사람공부였기 때문에. 언제나 나는 정신과, 심리학, 상담학의 세계를 동경했다. 저 세계에 있지 않은 내가 싫었고, 나는 언제쯤 저 세계에 있을 수 있을 까, 속이 탔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치유'보다 '치유자'라는 '자격'에 욕심을 낸 것은 아니었을 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혜신 저자가 책 전반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하나다. 치유를 외주화 하지 말라는 것. 치유는 전문가만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 스스로가 힘든 누군가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그래 그런 감정을 갖게 되는 당신이 맞아, 당신이 옳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것. 내 앞에 누군가가 개별적 존재임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것이 치유의 시작임을 알게되었다. 

책 속 밑줄 

치유란 그 사람이 지닌 온전함을 자극하는 것. 그것을 스스로 감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래서 그 힘으로 결국 수렁에서 걸어나올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상처입은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 지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사람마음을 공부하는 이유이고 그기것이 진짜 공부의 목적이어야 할 테니까요. 처음에 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자격증을 손에 쥐는 것은 아니었을 텐데, 심리상담을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의 목표가 자격증인 듯이 보이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상담 대학이나 대학원의 과정도 직접적으로 거기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고요. 공부라는 것이 무엇이고 이 학문과 이 방면의 공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본래의 목적이 무엇이었는 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에요. 어떤 경우에도 어떤 인간에게도 전적으로 공감하고, 전적으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그걸 알아야 하고 그렇지 못한 나 자신도 비난하지 않아야 해요. 그러면서도 내가 왜 그런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합니다. 그 과정이 없으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고 시작한 일이 도움도 못 줄뿐더러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경험으로 남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엔 도움을 주러 왔다가 상처를 받고 현장을 떠나게 되는 거죠. 

전문가를 이상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삶에 그닥 관계 없는 분야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자신과 우리 일상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 삶이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빛날 수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개별적 존재다. 그걸 아는 게 사람공부의 끝이고 그게 치유의 출발점입니다. 그게 사람 공부에 대한 제 결론입니다. 

'본다 혹은 생각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기 아키코  (0) 2018.11.27
보헤미안 랩소디  (0) 2018.11.20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0) 2018.11.14
엔딩노트   (0) 2018.11.14
안소현님의 그림   (0) 2018.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