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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솔직히 그동안 열심히 안 살았죠?
열심히 살았다면 대기업 갔겠죠. 9급 준비하겠어요?”

강의 중 심우철 선생이 한 이 말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고 들었다. 공시 준비할 때 심우철 선생의 강의를 꽤 들었던 사람으로서. 심우철 선생 본인이 20대 때 열심히 살지 않아 사무치게 후회하던 모습을 본 전 수강생으로서. 선생이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 없이, 저런 발언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말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을 다잡고 공부에 매진하길 바랐다면, 저 발언은 명백히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산 증거가 대기업으로만 귀결된다고 생각하는 심우철 선생의 빈약한 사고를 확인한 것 같아 슬펐고, 씁쓸했다.

저런 조롱은 심우철 선생 말고도 이미 누구나 하고 있다. 세간도 그렇지만. 공시생 본인 조차도. 공시생이 되고, 이 막막한 공부를 하고 있다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저런 조롱 앞에서 무력해지며, 자기비하에 빠진다.

저 말을 자기가 믿고 선택한 강사에게 수업 중에 들었다..한다면 나는 아마 그 날 하루 계속 저 말을 곱씹으며 스스로의 마음에 칼을 푹푹 찌르며 나를 자학했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열심히 살지 않은 걸까? 그래서 지금 벌을 받는 걸까? 이런 정념에 휩쌓여 그날 공부는 그냥 뭐 망친 거지.

심우철 선생의 발언은 공시생에게 어떠한 동기도 되지 않는다. 남들도 다하고, 때때로 공시생 자신도 저런 조롱에 빠져 감정소모를 하는 마당에. 그 조롱을 굳이 선생이 얹을 필요가 있었을까?

심우철 선생의 논란글을 보고 상처받은 공시생이 있다면. 그래, 저렇게도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이렇게 털어버리고. 안 잡히는 책과 펜을 잡아 보시기를 바란다.

공부하는 기간 인간다운 삶은 포기해야 하는 생활. 치열한 경쟁률 앞에서 합격 아님 불합격 밖에 남지 않는 시험. 공시 준비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카더라 말만 많고 세상 한심하게 바라보는 인간들의 조롱. 이 모든 걸 묵묵히 견디며. 공부하는 공시생들은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공시생들이 힘을 내었으면.